윤곽

Quotes

남자에게 대답하며 나는, 왜 결혼 생활이 끝나게 되었는지 이유는 모르겠다고 했다. 결혼은 다른 무엇보다도 신뢰에 바탕을 둔 체계, 하나의 이야기이며, 결혼 생활은 지극히 현실적인 것들로 드러나게 마련이지만, 그 생활을 이끌어가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신비한 무엇이라고.

구조가 없다면 사건들은 비현실적인 것이 된다. 아내라는 실체 역시, 집이라는 실체와 마찬가지로, 구조적이고, 제한적이었다. 그 실체에는 한계가 있었고, 그는 전화에서 아내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그 한계에 직면했다. 하지만 한계가 없는 삶은 소모적이었고, 30년 동안 이 호텔 저 호텔을 전전하는 삶처럼, 쌓이는 건 장기간에 걸친 실제적 혹은 감정적 비용뿐이었다. 그를 갉아먹은 건 모든 것이 일시적일 뿐이라는 느낌, 안정되지 못했다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을 잊기 위해, 어딘가에 정착하기 위해 그는 비용을 지불하고 또 지불했다. 그러는 내내 멀리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옛집을─아내를─바라보았다. 본질적인 면에서는 변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된 것들을.

그런 일들을 통해 라이언이 배운 것은 실패는 자꾸만 되돌아오는 반면, 성공은 끊임없이 스스로 확인해야만 하는 무엇이라는 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 싸움은 절대 해결될 수 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사실을 밝히는 게 목표인 이상 해결은 불가능했는데, 왜냐하면 이제 더 이상 하나의 진실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요점이었다. 이제 둘은 꿈을 공유하지 않았고, 심지어 현실도 공유하지 않았다. 두 아들은 각각 자신의 관점에서만 세상을 보았다. 있는 것은 관점뿐이었다.

종종, 인생이란 그렇게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갔던 순간들에 대한 형벌의 연속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어떤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그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일, 혹은 공감하지 못했던 일들일 거라고, 그가 모르는 것 혹은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았던 것들을 언젠가는 억지로 알게 될 수밖에 없는 거라고 말이다. 내가 말을 하는 동안 파니오티스는 점점 더 놀란 표정이 되었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엘페노르 아시죠. 너무 행복한 나머지 키르케의 집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야 한다는 걸 잊어버리고 그대로 지붕에서 떨어져 죽은 오디세우스의 동료 말입니다. 나중에 하데스에서 그를 다시 만난 오디세우스가 묻죠. 왜 그렇게 어리석게 죽었냐고요. 나는 늘 그 부분이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너무 밀도가 높은 순간들, 그 후로도 어떤 식으로든 계속 그 안에 살게 될 것 같은 그런 순간들이었어요. 다른 건 다 잊어버리더라도 말입니다. 그렇다고 그런 순간들에 딱히 무슨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 『윤곽』, 레이첼 커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