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작법
5. 시적 진술
시적 진술과 설명
복사꽃 피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 뜨고, 초록 제비 묻혀 오는 하늬바람 위에 혼령 있는 하늘이여, 피가 잘 돌아…… 아무 병 없으면 가시내야. 슬픈 일좀, 슬픈 일좀 있어야 겠다. 서정주 『봄』1
이 시는 얼핏 보아 묘사형의 작품 속에 끼어드는 설명과 유사해 보이지만, 설명과는 아주 다른 데가 있다. 시적 진술, 외형상 드러난 모양으로는 독백이다. 그러나 이 독백은 의미 있는 깨달음을 바닥에 깔고 있어 정서적 호소력이 큰 표현이다.
- 하늘
+이여 : 감정을 덧붙이기 위해 사용한 영탄법 - 가시내야 : 앞과 뒤의 시행을 강조하고 정서적 효과를 갖도록 하는 돈호법
이 시행에서 돈호법이나 반복법을 제외하면 아래와 같이 된다.
피가 잘 돌아…… 아무 병 없으면 슬픈 일좀 있어야겠다.
이 구절을 앞에서 설명적이라고 지적한 것과 비교해보자.
계란꽃 질긴 줄기 힘들여 꺾어 가슴털 껄끄러운 미군에게 주던 언니도 미군 카메라 앞에서 초콜렛 꼭 쥐고 사진 찍히던 동생도 내겐 단지 구경거리였다. 난 일곱 살이었으니까.
-언니 -동생
으로만 묘사될 때는 경험적 사실의 객관적 정황으로 독립해 있게 되지만,
-도 -도 내겐 단지 구경거리였다. 난 일곱 살이었으니까.
라고 했을 때는 경험적 사실이 설명의 내용으로 바뀐다. 즉 “내겐 ……일곱 살이었으니까”라는 표현이 5행을 모두 설명의 구체적 내용으로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피가 잘 돌아……” “슬픈 일좀 있어야겠다”는 설명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독특한 독백이다. 다시 말하면 작가가 심리를 객관적으로 묘사하려 하지 않고 직접 토로하는 형식이다. ==그러므로 이런 시적 진술은 시적 묘사와 다른 형태를 띠게 된다.==
다음의 예를 보라.
A) 배꽃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경주군 내동면 혹은 외동면 불국사 터를 잡은 그 언저리로
배꽃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 박목월, 『달』2
B)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
A)와 B)는 시적 묘사와 시적 진술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차이이다. 그러니까 시적 묘사는 근본적으로 언어를 회화적인 방향으로 가시화하고, 시적 진술은 독백의 양상으로 가청화한다.
진술의 특성
문학예술에서 진술이라는 용어는
- (1) 선언적 성격의 언술이나,
- (2) 주제, 기본적 사상, 작가의 의도를 명백하고 생생하게 드러내주고 있는 작품 또는 작품의 어떤 부분•국면이나,
- (3) 예술적 언술의 특성 자체를 포괄적으로 지적할 때 사용한다.
시적 묘사가 가시적, 제시적, 감각적이라면 시적 진술은 가청적, 고백적, 해석적 성향이다.
진술의 종류
시적 진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 독백적 진술: 스스로가 시적 대상이 되어 반성하고 기원하는 형태
- 진술하는 주체 중심의 회고와 반성과 기원이 주를 이룬다.
- 자기반성적 성향
- 권유적 진술: 자기의 주장을 불특정 개인 또는 다수에게 적극 동조를 요청하는 형태
- 동조와 참여를 청하는 주체의 주장 중심의 언술이 된다.
- 타인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성향
- 해석적 진술: 일정한 시적 대상에 대한 시인 나름의 해석과 비판의 형태
- 객체 중심의 탐구와 비판 성향
- 그 어느 것이든 작가의 깨달음을 토로하는 형태이므로 내성적 자각의 성격을 띈다.
독백적 진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서정주, 『푸르른 날』
시적 진술은 묘사처럼 객관화 또는 가시화된 시행의 구조를 기초로 하고 있지 않으므로, 극도로 절제된 표현이 숨기고 있는 시적 인식 내용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내성적 자각의 진술은 대부분 논증이나 설명과 같이 논거를 명시적으로 드러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가 그 좋은 예이다. 설명의 문장이었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하니’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고 했을 터이다. ==논거를 명시해야 할 부분을 독자의 상상력에 맡겨두고 있다.== 뒤집어 말한다면 명시적으로 논거를 제시하거나 설명할 경우 그 명시적 표현의 한계 안에 갇히게 될 상상력을, 그런 표현을 생략함으로써 오히려 자유롭게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묘사형의 작품에서보다 진술형의 시에서는 훨씬 객관적이지 못한 주관적 심리학에 속하는 해석적 오류를 범할 소지가 많다.==
시적 진술은, 그러므로 묘사 못지않게, 우리들 정서의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는 상투적인 의미 체계에 새로운 충격을 줄 수 있는 깨달음을 동반하는 표현이어야 한다.
권유적 진술
- 제 3자의 각성을 요구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 김수영, 「눈」
- 이때의 ‘젊은 시인’은 불특정 개인인 동시에 다수이다.
- ‘기침’은 살아있음을 주장하는 소리로서의 그것이다.
-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를 마음껏 뱉자”는 말은, 참된 의미에서의 삶을 회복하자는 주장이다.
해석적 진술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 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것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 김현승, 「눈물」
- ‘눈물’이라는 일정한 시적 대상에 대한 시인 나름의 의미 탐구이다.
-
해석의 형태를 띠기 때문에 가시적 이미지를 띠지 않고 가청적 이미지를 이룬다.
- 1연: 눈물 →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자 하는 것
- 2연: 눈물 → 내가 가진 것 가운데 흠도 티도 없고 금 가지 않은 온전한 것
- 3•4연: 눈물 → 내가 드릴 수 있는 값진 것 가운데 가장 마지막의 것
-
5•6연: 눈물 → 꽃이 시듦을 보고 열매를 맺도록 하신 당신이, 마치 그렇게 하신 것처럼,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만드신 것
- 이처럼 「눈물」은 「푸르른 날」의 반성과 기원 형태의 독백과 달리, 또 주장 중심의 「눈」 과 달리, 일정한 대상에 대한 시인 나름의 깨달음을 명시적으로 들려주는 형태를 띠고 있다.
- 명시적으로 드러난 깨달음 하나하나는 눈물에 대한 새로운 의미로 나타나고, 그 새로운 의미 하나하나는 시인의 세계(사물과 관념으로 어우러진)에 대한 해석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4. 넋두리와 독백적 진술
- 진술형의 작품 가운데 흔히 발견되는 유형 중의 하나는 넋두리 형태의 표현이다.
- 독백적 진술을 잘못 이해한, 자기감정의 적나라한 표현이 그것이다.
- … 위와 같은 작품을 읽었을 때 우리는 어떤 거부감을 느낀다.
- 그 거부감은, 어째서 우리는 남의 넋두리를 들어야 하느냐 하는 것이고, 그와 함께 시란 시인이 감정을 발산하는 장소인가 하는 것이다.
- 이럴 때 가장 적절한 지적은 "시는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감정으로부터의 도피"라는 엘리어트의 말이다.
- 시도 그 나름대로 세계를 인식하는 한 양식이다. 그런 만큼 그 속에서 우리는 인식의 내용을 요구한다.
- 작가는 가슴속에 응어리진 감정을 모두 쏟아내었으므로 가슴이 후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읽는 독자인 우리는 기대한 새로운 깨달음과 만날 수 없으므로 실망하게 되고, 과연 이러한 감정적 표현도 시인가라는 질문 속에 빠진다.
5. 피상적 주장과 권유적 진술
- 만약 어느 작가가 “얼어붙은 도시의 골짜기 같은” 가슴을 가진 ‘우리’를 보았다면, 그런 ‘우리’의 세계부터 탐구해야 마땅하다. 그런 ‘우리’의 세계가 어디에 어떻게 있으며, 그런 ‘우리’는 다른 ‘우리’와 어떤 관계에 있으며, 그런 ‘우리’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황폐해야 하는가 등등에 관한 탐구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런 세계를 단순한 주장이 아닌 깨달음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6. 진술과 묘사의 어울림
- 진술형의 시에도 묘사가 사용된다. 시적 진술을 이끌어나가는 과정에 서경적 요소나 서사적 요소가 필요할 때나 또는 대상을 구체화하여 들려주고 싶을 때는 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plain text 저기 바다는 묘지처럼 배를 부풀리고 해변의 떼찔래꽃은 바닷새처럼 떨어진다.
그대, 바다로 오라 누구나 바다에 닿지는 못하지만 옷 벗은 사람을 만나리라.
- 오규원 「바다에 닿지는 못하지만」 ```
```plain text 내 마음아 아직도 기억하니 [우리 함께 개를 끌고 玉山에 갈 때 짝짝인 신발 벗어들고 산을 오르던 사내] 내 마음아 너도 보았니 [한쪽 신발 벗어 하늘 높이 던지던 사내] 내 마음아 너도 들었니 [인플레가 민들레처럼 피던 시절 민들레 꽃씨처럼 가볍던 그의 웃음 소리]
우우우, [어디에도 닿지 않는 길 갑자기 넓어지고] 우우, 내 마음아 아직도 너는 기억하니
[오른손에 맞은 오른뺨이 왼뺨을 그리워하고 머뭇대던 왼손이 오른뺨을 서러워하던 시절] 내 마음아 아직도 기억하니 [우리 함께 개를 끌고 玉山에 갈 때 민들레 꽃씨처럼 가볍던 그의 웃음 소리] 내 마음아 아직도 너는 그리워하니 [우리 함께 술에 밥 말아 먹어도 취하지 않던 시절]을
- 이성복, 「내 마음아 아직도 너는 기억하니」 ```
사람은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
부처란 무엇이냐
자기 안의 기쁨을 발견하는 자의 고통스런 미소 아닌가
초록아 눈을 떠라
내가 너희를 날선 칼로 버히겠다.
[천지가 흰뜨물인 눈부신 이 세상]에
- 이시영, 「法」
위 작품에서는 2연 모두가 진술이다. B)의 “우리 함께/술에 밥 말아 먹어도 취하지 않던 시절”이 묘사이고, C)의 “천지가 흰 뜨물뿐인 눈부신 이 세상”이 진술인 것은, B)의 ‘시절’은 경험의 한 순간을 드러내기 위한 표현이고, C)의 ‘세상’은 이 세상에 대한 작가 나름의 해석을 하기 위한 지각 대상(관념)이기 때문이다.
6. 시적 진술의 구조와 시점
- 시적 진술의 구조는 시적 묘사와는 다른 측면을 가지고 있다.
- 시적 묘사의 구조는 대체로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 첫째 시적 묘사는 대상에 대한 관찰을 축으로 하고 있으므로 관찰의 시각이 일차적으로 작품의 구조를 결정한다.
- 그렇기 때문에 고정 시점•이동 시점•회전 시점•영상 조립 시점 등이 작품의 구조로 나타난다.
- 둘째 관찰하는 대상이 어떤 성질의 것이냐에 따라 구조가 달라진다.
- 즉 서경적 대상이냐 서사적 대상이냐, 아니면 심상적 대상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 첫째 시적 묘사는 대상에 대한 관찰을 축으로 하고 있으므로 관찰의 시각이 일차적으로 작품의 구조를 결정한다.
- 시적 진술은 관찰이 작품의 축이 아니라 해명이 작품의 축이다.
- 그 해명이 독백의 형태를 하고 있거나, 권유의 형태나 해석의 형태를 하고 있거나, 어떻든 이 모두는 자성이라는 깨달음을 핵으로 갖고 있다.
- 그 깨달음은 가시적이고 감각적인 형태의 어떤 것이 아니라 관념적인 형태의 어떤 것이다. 보여줄 수 있기보다 들려줄 수 있는 어떤 것이다.
- 그러므로 시적 진술은 일차적으로 들려주고 싶은 것을 어떤 형태로 말하고 있는가에 따라 그 구조가 결정된다.
- 진술은 자성과 해명의 직접적 표현이므로 그 시점은 의식이 흐르는 방향에 따라 결정된다.
- 독백적 진술
- 회고적 시점
- 과거를 통한 현재의 반성 형태
- 기원적 시점
- 과거와 현재의 반성을 토대로 한 미래의 삶에 대한 희구 형태
- 행위의 측면에서 보자면, 독백은 “큰 소리를 내거나 그렇지 않거나 간에 어떻든 스스로에게 말하는” 형태이다3
- 그러나 시라는 양식 속에 들어온 독백은 어디까지나 그런 형태를 차용한 문학적 표현일 뿐이다.
- 실제로 모든 시는 독백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시라는 문학 양식이 시인의 체험 그 자체를 형식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는 독백의 양상을 띤다.
- 구체적인 삶의 국면이 밝혀지지 않는 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아는 허욕의 한 낡은 테마라는 점이다.
- 회고적 시점
- 권유적 진술
- 관행적 시점
- 어떤 단체나 행사의 기념시
- 비관행적 시점
- 아무런 구속이 없는 자유로운 주장이 가능하다.
- 권유적 진술 또한 대단한 장인적 노력을 필요로 한다.
- 관행적 시점
- 해석적 진술
- 시적 대상에 대한 그 나름의 이해와 비판을 토로하는 형태이다.
- 대상(세계)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시적 인식
- 관조적 시점
- 대상에 대한 이해를 지향
- 비판보다 대상에 대한 의미론적 또는 존재론적 탐구를 통한 세계의 이해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 풍자적 시점
- 대상의 논평을 지향
- 대상 그 자체에 대한 탐구보다 그것엗 대한 인간의 태도에 보다 관심이 있다. 그렇기에 보다 사회적이고, 또 윤리적인 해석을 주로 한다.
7. 시와 화자
1. 시적 화자와 일반적 유형
- 시를 쓴다는 일은 물론 창조적인 행위에 속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기가 본 것, 느낀 것, 생각한 것 등을 언어로 현실화하는 행위이다.
- 이러한 것들은 언어로 표현해 작품으로 현실화시켜놓지 않으면, 우리의 의식에서만 잔존하거나 소멸한다.
- 그러므로 이러한 것들을 그대로 방치해놓지 않고 언어화한다는 것은, 일정한 대상이나 문제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나 태도를 제 나름으로 표명하는 행위이며, 우리는 그와 같은 언어 행위를 언술이라고도 한다.
- 그렇다면 시 또한 언술의 한 양식일 수밖에 없다. 시란 궁극적으로 어떤 세계에 관한 시인의 의사 표명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 시적 언술이 다른 언술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실용적 차원에서 발화되는 일상적 언술, 논리적 차원에서 발화되는 과학적 언술과 달리 정서적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며, 또한 같은 정서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다른 문학 장르의 언술들- 소설적•희곡적•수필적 언술들-과 구별되는 양식상의 특성이 있을 뿐이다.
- 그러니까 시란 쉽게 말하면 시인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일정한 양식과 말인 것이다.
- 산문과의 상대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시는 줄거리나 설명에 의존하지 않는 주정적 또는 주지적 언술에 의존하는 양식이다.
- 그러므로 말하는 사람(시적 화자)의 일방적인 묘사나 진술이 보다 강화되게 되어 독백의 성향이 나타난다.
- 그런 만큼 주관적‧추상적‧피상적 서술에 떨어질 위험은 산문보다 더 많다.
- 시에서 묘사라는 수사법이 강조되는 것도 그와 같은 장르적 특성(위험 부담)을 이겨내기 위한 자주적‧자구적 장치이다.
- 묘사는 그런 위험 부담을 줄여주면서 대상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데 가장 적합한 수사법이기 때문이다.
- ‘엄동의 오한’이 상투적 비유라는 점을 알고 있다면, 그 표현을 그대로 적어둘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런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 화자로 등장하는 관념이나 사물은 의인화된 유형의 화자이다.
비유와 활용
비유는 기교의 차원이 아니라 인식의 차원에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몫을 발휘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