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뇌과학
Quotes
1952년 정신분석학자 존 볼비John Bowlby가 처음 주창한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에 따르면, 부모상과 얼마나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관계를 맺었는지가 이후 평생 동안 다른 사람들과 어떤 종류의 관계를 맺으려 하고 실제로 맺는지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우리 본연의 자기와 타고난 가치에 다시 연결되기 시작할 때 아름다운 일이 발생한다. 비단 우리뿐만이 아니다. 자기를 표현할 때 안전감과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안전감과 안정감을 제공해 취약성과 진정성을 드러내게 할 수 있다. 내 욕구와 바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나서야 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내가 될 수 있었다.
가족과의 연결이 끊어질까 봐 두려워서 나는 대체로 그들의 욕구나 열망을 내 것보다 앞세워 존중하곤 했다. 그러한 동반의존적 역동codependent dynamics(자신의 욕구는 희생하고 상대방의 욕구와 생각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사람과 그런 동반의존자의 지원을 받는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옮긴이)을 배우고 나의 감정이나 관점이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관점과 별개임을 느끼지 못한 나는 그들의 정서적 경험을 책임지게 되었다. 내면화된 자기 비난의 주기에 갇혀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변명을 대며 합리화하는 습관을 들였고, 바로 이 습관을 소피아와의 관계나 그 밖의 많은 관계에서 반복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뇌가 물리적으로 생존하고 기능하기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신경계가 작동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겔이 설명한 대로 “인간의 연결이 뉴런을 연결되게 한다.”
신경계가 특정 방식으로 활성화하고 연결되게 하는 존재는 태어나 처음 관계를 맺는 사람, 즉 부모상이다. 그들이 우리와 상호작용할 때 하는 행동(혹은 하지 않는 행동)과 우리가 그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아동 발달 전문가들은 이것을 ‘주고받기’라고 부른다)이 우리의 뇌에서 패턴이 된다. 이러한 패턴은 뇌의 작동 시스템을 좌우하며 평생 동안(혹은 우리가 뇌의 신경 가소성, 즉 변화할 수 있는 힘을 이용할 때까지) 자동적 또는 본능적 사고, 감정, 반응을 활성화하고 통제한다.
외상성 애착 패턴을 주시하기 시작하면 우리 자신과 관계에 더 도움이 되는, 더 빠르게 적응하고 탄력적인 방식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법을 개발할 수 있다.
우리를 구출하거나 ‘온전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도 그렇게 할 수 있으며 온전하기 때문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관계는 나 자신과 맺은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의 가장 깊은 욕구와 열망에 대해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과 진정으로 교감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것은 나를 다른 사람들과 좀 더 진실되게 공유하는 첫걸음이었다.
5장에서 이 개념에 대해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간단히 말해 반복되는 생각과 감정을 발생시키는 신체 감각을 파악하고 변화시키는 연습을 하지 않는 한, 과거의 경험에 갇혀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신체 의식을 실천하면 신체 감각에 주파수를 맞추고 어느 정도 관리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서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게 되면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을 바꿀 수 있어서 궁극적으로 관계에 임하는 태도를 바꿀 수 있다.
도미닉은 의식적으로는 그런 감독을 좋아하지 않아 더러 불평하긴 했지만, 모니크의 행동은 그가 아는 ‘사랑’처럼 느껴졌다.
아동기 트라우마는 학대, 방임, 근친상간, 강간 그리고 전형적으로 이 용어와 관련이 있는 삶을 뒤흔드는 사건들만 포함하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에게 아동기 트라우마는 좀 더 미묘한 형태를 띤다. 지속적으로 우리의 대처 능력을 압도하는 인지된 스트레스라면 무엇이든 아동기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양육자가 신체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부재했다면, 정서적으로 압도된 느낌을 달래지 못한 채 방치되었을 것이다. 만일 일관되게 정서적 안전을 느끼지 못했거나 정서적으로 화가 나는 경험에 맞닥뜨릴 때마다 자주 지지받지 못했다면, 부모상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다 해도 우리는 몸과 마음에 아동기 트라우마를 저장하게 된다.
베셀 반 데어 콜크Bessel van der Kolk 박사의 획기적인 연구에 따르면, 뇌가 언어 능력을 갖기 전에 우리가 경험하는 감당하기 힘든 사건은 우리 마음에서 암묵적 기억으로 남거나 언어 이전의 영역에 새겨진다. 간단히 말해, 설령 우리가 어린 시절 우리에게 영향을 준 경험을 능동적으로 기억할 수 없다 해도 조건화에 미친 영향은 여전히 남아 있어 현재 우리의 생각, 감정, 반응을 좌지우지한다.
저성취자형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을 다른 사람에게 숨김으로써 평가와 판단으로부터 도망가 안전을 유지하려 든다. 사랑받을 수 있는 유일할 방법은 관계에서 존재감을 최소화하여 눈에 띄지 않는 것이라고 믿는다. 자기 가치감이 낮고 비판을 두려워하며, 잠재적인 거절에 대비해 자신을 보호하려고 정서적으로 거리를 두거나 회피하거나 발을 뺀다. 뿌리 깊은 무가치감을 증명해 주는 부정적인 관심을 받기 위해 간혹 지나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저성취자의 신경계는 대개 주의 분산 모드와 분리 모드 사이를 오간다. 주의 분산 모드일 때는 자기비하적이거나 스스로를 수치스러워하는 생각에 빠진다. 분리 모드일 때는 동기 부여 및 에너지 시스템을 늦춰 의사 결정이나 행동을 미룰 수 있다.
지금도 여전히 거부당할 것에 대한 아동기 두려움이 내 반응과 선택을 좌우하게 때때로 방치하며, 다른 사람에게 내 취약성이나 개인적인 욕구를 표현하길 어려워한다. 어머니가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도 연인들에게 지지를 청하기가 어려웠다. 그들을 밀어내고 침실에서 홀로 울었고, 그들이 나를 위로하지 않으면 화를 내고 분개하며 내가 그들을 필요로 하거나 원하는 상태임을 그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학자들의 말처럼 심장은 실제로 4만 개의 뉴런으로 구성된 ‘작은 뇌’를 가지고 있다.33 뇌와 마찬가지로 심장은 장단기 기억을 모두 저장할 수 있다. 이 점이 일부 심장 이식 환자들이 증여자의 삶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거나 증여자의 성격 특질을 갖게 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34
심장과 교감하고 일관된 상태에 있으면 타고난 창의력에 접근하고 좀 더 쉽게 ‘몰입 상태’에 빠질 수 있어 프로젝트, 취미, 대화나 그 순간 일어나는 일에 완전히 몰두할 수 있다.44 이렇게 편안하게 집중하고 교감하는 확장된 순간들은 우리가 진정한 열정과 목적을 파악하고 추구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 대부분이 겪는 문제는 우리가 심장과 교감하고 심장이 일관성을 띠는 상태로 보내는 시간이 설령 있다고 해도 너무 적다는 것이다. 정신없거나 안전하지 않은 생활환경 때문에 외적인 환경에 의해, 혹은 걱정이나 화가 나는 생각 때문에 내적인 환경에 의해 지속적으로 압도당하면, 우리 몸은 과도하게 자극을 받고 스트레스를 받아 심장과 계속 단절되고 일관되지 못한 상태에 머문다.
감사의 효과를 빨리 경험하려면 다음에 당신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가령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거나 자기 전에 양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 잠시 시간을 내어 당신 몸의 에너지가 어떤 느낌인지 감지해 보라. 그러고 나서 다시 잠깐 시간을 내어 그 생각들을 당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이든 그것을 완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 감사하는 생각으로 전환한다.
물론 24시간 아이 곁에 머물며 주파수를 맞출 수 있는 부모는 없다. 연구에 따르면, 부모상이 우리가 그들을 필요로 할 때 30퍼센트만 공동 조절을 해도 우리는 조절이 잘되거나 안정 애착을 형성하며 성장한다.
역량이 강화되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정서적 욕구를 충족해 주기 위해 우리의 마음을 읽어주거나 직관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느끼는지 알아주길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거나 우리의 슬픔, 외로움, 짜증, 절박함이나 그 밖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사라지게 하는 게 다른 누군가의 책임이 아님을 인식한다
나는 종종 너무 불편해서 내게 필요한 시간이나 공간을 갖지 못하거나 너무 취약하게 느껴져서 내가 원하는 지지나 교감을 직접 요청하지 못한다. 내가 연인에게 화가 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자기 배반적인 내 행동과 그와 관련해서 무시된 내 욕구 때문에 나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이다. 이제 내 반응은 내 자원이 바닥났음을 그리고 나 역시 어떤 자기 돌봄이나 지지적인 교감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