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탐구
주인공 소피아는 철학 교수를 준비하고 있는 40대 초반의 여성이다. 그녀는 10년 동안 사귄 파트너 자비에에게 일종의 권태를 느끼고 있다. 자신의 파트너가 다른 여성과 이상한 기류가 흐름을 감지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질투하거나 나무라지 않는다.
그녀는 새로 산 별장에 수리를 맡긴 수리공 실뱅과 눈이 맞게 된다. 오히려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자제하지 않고 오히려 먼저 추근댄다. 실뱅은 그녀의 파트너와 다르게 근육질에 육체적인 매력도 넘치고 무엇보다 사랑에 열정적인 타입이다. 훨씬 단순하고 정열적인 관계는 깊어질 대로 깊어져 그녀는 결국 파트너에게 헤어짐을 고하고 실뱅에게로 떠난다.
확실하고 단순한 행복에 젖어 새로운 관계의 기쁨을 맞이하는 것도 잠시. 살아온 환경과 정치 성향, 평상시 쓰는 언어 등. 사랑을 제외하면 둘의 관계에는 남는 게 없다. 서로의 가족과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둘은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는 것을 또렷이 느끼게 되고 그것은 빠르게 불이 붙은 그들의 사랑을 손쉽게 진압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소피아는 지적이지만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자비에를 떠나 육체적으로 끌리는 것 말고는 아무런 공통점도 찾기 힘든 실뱅에게로 향한다. 하지만 이처럼 일순간의 결핍을 위한 정반대로의 도피라던가, 무엇보다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르는 순간 사랑은 사랑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고 자취를 감춘다. 그렇다면 우리는 A와 B를 모두 갖춘 C를 만나게 되기까지 잠자코 기다려야 하는 걸까? 설령 그런 사람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 사람의 C가 될 확률은 얼마나 되는가? 결국 자신에게로 향하는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사랑 앞에 속수무책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인간이 더욱더 적극적으로 욕망의 주체이기를 선언하면서 사랑은 더 다양하고 불확실한 형태를 띄게 되었다. 우리는 더 나은 형태의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더 이상 자취를 감추게 된 걸까.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사랑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랑 앞에 무너지고 실패하기를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