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의 습격

당시 가장 육체적으로 불편한 일이라고 하면 운동 정도였는데 이마저도 냉방 시스템이 돌아가는 건물 안에서, 나의 허접한 세계관을 뒤흔드는 것이 아니라 점점 강화해주는 케이블 방송들을 보면서 행해졌다. 모든 조건이 편안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아예 야외로 나가 뛸 생각을 하지 않는다.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너무 습하지도 않다면 말이다. 만약 이런 편안함들을 송두리째 포기하고 나면 나는 어떻게 될까?

레버리는 이것을 “문제 발생률에 따른 개념 변화prevalence-induced concept change”라고 부른다. 본질적으로 ‘문제에 의한 잠식problem creep’이다. 이는 더 적은 문제를 경험할수록, 더 만족스러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단지 무엇을 문제라고 여기는지에 대한 기준점이 낮아질 뿐이다. 결국 우리는 이전과 동일한 수의 문제에 시달린다. 그 새로운 문제라고 하는 것들이 갈수록 허상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말이다. 즉, 더 큰 만족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내 손으로 막는다.

“과학자의 관점에서 ‘목표 B지점에 도달하려면 먼저 현재 위치인 A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항상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하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존에 하던 것 위에 계속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려고 하거나 어색하게 새 것을 계속해서 실험하는 건 절대로 답이 되기 어려워요. 스트레스와 혼란만 가중되죠. 저는 오히려 사람들이 하던 것을 줄이고, 진짜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행동과 사고 패턴을 수정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 거죠.” 캐시의 설명이 이어진다. “왜냐하면 당신의 발전은 당신을 명확하게 가로막고 있는 데까지밖에 나아가지 못하니까요. 안 그래요?”

호손 효과는 1958년에 발견된 행동 심리 현상으로, 사람은 자신이 관찰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 행동을 바꾼다는 개념이다. 실험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과학자들에게는 성가신 요소지만, 오히려 캐시의 경우는 사람들에게 통제력을 되찾아주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실증적 연구에서 필수 요소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하루에 100칼로리를 추가로 섭취하거나 덜 소모하면 3년 동안 평균 4.5킬로그램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나는 술을 끊은 지 18개월이나 된 상태였고, 더는 감정적 휘둘림 같은 것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출근길에 팟캐스트를 듣다가 나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진행자는 ‘우주 달력Cosmic Calendar’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는 13억 8천만 년에 이르는 우주의 모든 시간을 압축해 1년짜리 달력을 만들었다. 이런 식이다. 1월 1일 00:00:00 빅뱅 발생, 3월 16일 은하계 형성, 9월 2일 태양계 탄생, 9월 6일 지구 탄생(지금으로부터 약 44억 년 전), 11월 9일 첫 번째 복잡한 세포 등장,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공룡 출연, 12월 30일 공룡 멸종. 이어서 팟캐스트 진행자는 지금까지 기록된 인간의 모든 역사가 이 달력에 등장하는 것은 12월 31일 23시 59분 33초경이라고 말했다. 인류 문명 전체, 1만2천 년의 역사, 480세대를 지나온 사람들…. 우리가 아는 인간의 모든 역사는 우주 달력에서 단 27초에 불과하다.

한 과학자가 계산을 통해 알아낸 바에 따르면, 한 인간이 살아 있을 확률은 10분의 1의 2,685,000승이다. 이 과학자의 설명을 들어보자면, 이 확률은 1조 개의 면을 지닌 주사위를 200만 명이 동시에 던져서 전부 같은 숫자가 나올 확률과 같다. 동시에 550, 353, 279, 007이 나오는 식으로 말이다. 그만큼 우리가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기적이라는 뜻이다.

이런 고도의 집중력은 지구력을 증가시킨다. 영국 국방부의 연구에 따르면, 정신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풀면서 운동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체력 고갈 시점이 300퍼센트 가량 늦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셋 다 말없이 걷기만 했다. 말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하나같이 숨이 너무 가빠서이고, 저마다 고통의 굴속으로 너무 깊이 파고든 상태에서 걸음을 멈추라고, 천천히 가라고, 앉으라고, 그만두라고 외쳐대는 뇌를 침묵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어서다.

이후 30년에 걸쳐 그는 운동으로 인한 피로가 대부분 방어적인 ‘감정’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운동 중 느껴지는 피로감은 심리적 상태일 뿐이며, 실제로 신체적 한계와는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인류학이 출범한 이래 학자들은 줄곧 달리기가 인간의 진화 방식에서 미미한 역할을 했다고 믿어왔다. 그들은 달리기를 현실에서는 아무 쓸모 없는 개인기 같은 것으로 여겼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인간은 전력 질주할 때 다른 포유류보다 두 배의 에너지를 소모하며, 두 다리와 직립 자세 때문에 속도가 느리다. 예를 들면, 인간이 100미터를 가장 빨린 뛴 기록은 9.58초며, 평균 시속 37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수치다. 게다가 이 속도를 몇 미터 더 유지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런데 리버만은 2004년에 인류학계와 운동학계를 뒤흔들 만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인간은 빠르게 달릴 수는 없지만, 먼 거리를 이동하는 능력에서 탁월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더운 날씨에. 극소수의 사람들은 최고 시속 약 21킬로미터를 유지하면서 40킬로미터 이상을 달릴 수 있다. 예를 들면, 프로 마라토너들처럼 말이다. 주말마다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서 아마추어 러너들도 평균 시속 10.5킬로미터에서 14.5킬로미터를 유지하면서 마라톤 풀코스를 서너 시간 안에 끊는다. 더운 날, 비교적 건강한 인간은 장거리 경주에서 사자, 호랑이, 곰, 개 등 대부분의 포유류를 이길 수 있다. (참고로, 이 법칙은 추운 날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추운 날씨에는 썰매 개들이 압도적인 지구력을 지닌 운동선수가 된다. 이 개들은 여러 날에 걸쳐 1킬로미터당 6분대를 유지하면서 16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순록들의 실력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이런 동물들을 지구의 적도 근처에 데려다놓으면 얼마 못 가 토스트가 되고 만다.)

예를 들면, 수컷 침팬지들은 인간보다 몸집이 훨씬 작지만, 웬만한 보디빌더보다 두 배는 강하다. 그러니 인간은 운동 능력 면에서 정말 ‘형편없는 존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