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이 가장 인간적인 스포츠인 이유

인류학이 출범한 이래 인간의 달리기는 줄곧 무시되어 왔다. 두 다리와 직립 자세 때문에 다른 동물에 비해 효율과 속도가 형편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전력으로 달릴 때 다른 포유류보다 두 배의 에너지를 소모하며, 100m 세계 신기록인 9.58초 또한 시속 37킬로미터에 불과하다. 참고로 덩치가 작은 푸들도 시속 48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다.

인간의 달리기에 대한 관점은 2004년 리버만이라는 학자에 의해 새로운 시각을 얻는다. 인간은 빠르게 달릴 수는 없지만, 그보다 천천히 먼 거리를 이동하는 능력은 탁월하다는 것이다. 정상급 마라토너는 42.195km를 달리는 동안 시속 21킬로미터를 유지할 수 있다. 마라톤을 완주하는 아마추어 러너도 평균 10.5 킬로미터에서 14.5 킬로미터를 유지한다. 이는 모든 포유류가 참가하는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면, 인간은 사자, 호랑이, 곰, 개 등 대부분의 포유류를 이길 수 있는 속도이다.1

인간은 지구력을 살아남기 위한 필살기로 삼아 진화했다. 42.195 키로미터를 달리는 ‘마라톤’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스포츠가 아닐까.

  1. 편안함의 습격을 참고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