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런저니 레이스를 완주하다
2025 런저니 레이스를 무사히 마쳤다. 런저니 레이스란 동아일보에서 주최하는 3개 마라톤에 모두 참여하여 10km 이상의 코스를 같은 해에 모두 완주하는 것을 뜻한다.
런저니 메달은 셋 중 가장 마지막에 열리는 경주국제마라톤을 완주하고 나서 지급되며, 나의 경우 서울마라톤 풀코스, 공주백제마라톤 32km, 그리고 경주국제마라톤 풀코스를 각각 완주하여 무사히 런저니 메달을 수여받을 수 있었다.
각각의 마라톤 회고
1. 서울마라톤
나의 첫 번째 풀 마라톤. 처음 도전하는 것이기에 준비도 많이 하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목표를 잡았다. 봄보다는 겨울에 가까운 날씨였고, 비까지 내려 더욱 긴장되었지만 시민들의 거리 응원을 받으며, 함께 달리는 러너들과 발박자를 맞추며 조금씩 몸이 풀렸던 기억이 난다. 서울숲 근처를 지나갈 때쯤 몸이 갑자기 무거워졌는데, 흔히 말하는 사점이 찾아온 것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러너들이 해당 부근에서 힘들어 하는 게 보였다. 쥐가 나서 절뚝거리거나, 걷거나 심지어 레이스를 포기하는 러너들의 모습이 흡사 좀비물을 연상케 했다. 덩달아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잠실대교로 향했다. 다리를 건너면서 롯데타워가 점점 가까이 보였고,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했다. 없던 힘까지 쥐어짜내어 전력으로 달렸고, 무사히 골인지점을 통과했다. 기록은 3시간 56분 38초. 목표로 했던 서브4는 달성했지만, 컨디션이 좋았다면, 조금 더 욕심을 내었더라면 더 잘 달릴 수도 있었으리라. 기쁨보다는 아쉬움과 깨달음이 더 컸다.
2. 공주백제마라톤
경주마라톤과 JTBC마라톤에 앞서 몸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32km 레이스. 32km를 목표한 페이스로 달려보면 풀마라톤에서 내가 마라톤 페이스1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가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서브 3302을 목표로 하는 나의 경우 4분 55초가 목표 마라톤 페이스였기 때문에, 공주에서도 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달렸다. 마지막 5~6km에서 힘이 남는 느낌이 들었고, 페이스를 올려 최종 4분 47초 페이스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당일 컨디션이 꽤 괜찮았기에 뛰면서도 풀코스로 신청했어도 되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비가 몸의 열을 식혀주어 오히려 더 나은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3. 경주국제마라톤
기나긴 추석 연휴로 수면 패턴이 불규칙해졌고, 일주일 전부터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HRV 수치가 평소보다 낮았고, 안정시 심박수도 높아졌다. 무엇보다 새벽 1시 셔틀을 타고 무박으로 다녀오는 일정이었기에 제대로 된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컸다. 출발 10분 전에도 하품이 나왔을 정도로 잠이 부족했지만, 나의 몸상태와 관계 없이 레이스는 예정된 시간에 시작되었다. 전날 준비한 플레이리스트를 틀었고, 이어폰의 볼륨을 최대로 올려서라도 정신을 차리려 했다.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경주의 유적지를 끼고 달리는 풍경이 꽤 아름다웠다. 시민 분들의 거리응원 열기도 대단해서 큰 힘이 되었다. 컨디션이 평소보다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심박수는 일부러 쳐다보지 않았고, 호흡과 발의 리듬을 유지하는 데에 집중했다. 20~29km 지점에서는 멍을 때리며 딴 생각을 할 정도로 편안했다. 35km 지점에서는 오히려 발이 빨라졌고, 3시간 25분이라는 꽤 만족스러운 기록으로 완주하였다. 불과 7개월만에 기록을 30분이나 줄였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7개월 전의 나는 감히 가능하다고 생각지도 못했던 기록이다. 그동안 했던 노력들이 결과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이 무척이나 뿌듯했다.
마무리하며
2주 후에는 JTBC마라톤 풀코스, 3주 후에는 문경새재 트레일 백두대간 21k가 예정되어 있다. 보통 2주 단위로 풀코스 마라톤에 나가는 것은 권장되지 않지만, 다행히 다음날 일어나서도 컨디션이 꽤 괜찮아 동네 공원을 가볍게 뛰었다. 첫 마라톤을 완주하고 나서 3일 정도 앓았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이전보다 몸 상태가 좋아졌다. 무사히 이번 가을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