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아주 짧은 생각들

  1. 비슷하다고 착각하지 않으면 꽤 많은 처음을 마주할 수 있다. 처음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즐거워진다.

  2. 누군가와 손을 잡고 걸으면서도 헤드폰을 끼고 있는 사람을 연달아 두 명이나 보았다.
  3. 한동안 사카모토 유지가 각본가로 참여한 드라마를 몰아 보았다. 엉뚱한 비유의 대사가 와닿을 때가 많았는데, “가위바위보에서 제일 약한 사람은 가위바위보를 모르는 사람이야”라던가, “괌에 사는 사람이 사이판에 여행을 가겠어?” 같은 대사들이 그랬다.

  4. 생애 처음으로 건강한 식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달린 거리에 비해 살이 너무 빠지지 않아 억울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3년 동안 이어 오고 있는 달리기는 나를 근본적으로 뒤바꿔 놓고 있다. 이제 살만 빠지면, 진짜 그렇다.

  5. 아침에는 주로 도서관에 가서 일을 한다.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지하 카페와 2층 열람실인데, 나는 열람실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책에 둘러 싸여 있으면 왠지 모르게 포근하고 뿌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일을 하는 기분이 덜 들면서도 일을 할 수 있다.

  6. 누군가에게 믿음직한 사람이 된다는 건 뿌듯하면서도 부담스럽다. 반발심이 들 때도 있다. 쉬운 믿음일 때는 적당한 때에 보란 듯이 배신하는 상상을 종종 한다.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