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달리기 회고
나에게 2024년은 고요한 듯하면서도 동시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마 그 중에 가장 큰 변화는 꾸준히 달리는 사람
이 되었다는 것이겠다.
다시 달릴 수 있을까
작년 8월부터 러닝에 조금씩 취미를 들이기 시작해, 지금은 나의 정체성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해졌다. 일주일에 두 세 번, 3~5km씩 달리기 시작해 1월에는 한 달에 100km를 달렸고, 한 달에 적어도 100km씩 꾸준히 달려보자
고 다짐을 세웠다. 그리고 욕심이 점점 불어나 12월에는 무려 250km를 달렸는데,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거리다.
사실 10년 전에도 하프 마라톤을 종종 나갔다. 그러나 당시에는 필요한 연습을 하지도 않은 채 오로지 젊음 하나만을 믿고 뛰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몸이 버티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한 번은 마라톤 대회에서 한창 달리다가 두 발에 마비가 오듯 심한 경련이 일어났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병원에서는 아킬레스건염이라고 했다. 그 이후로 적어도 5년 동안 지하철에 조금만 서 있어도 저리듯 아팠고, 특히 군대에서는 부대원들의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아가며(대부분의 선임은 그저 더 쉬운 일을 하고 싶어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직을 변경하기도 했다.
달리기에 진심이 되다
그런 과거가 있기에 다시 시작한 달리기가 좋으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두려움도 많았다. 그래서 아주 조금씩, 천천히 달릴 수 있는 거리와 시간을 늘려 나갔다. 20km를 넘게 달려도 발에 무리가 오지 않는다는 걸 여러 번 확인하고 나서야 아킬레스건염이 거의 다 나았다는 걸 깨달았고,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이전과 다른 몸 상태에 다시 대회에 나가고 싶은 마음도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10년 전에 비해 달리기의 인기는 그야말로 천지차이였다. 서울에 있는 마라톤은 웬만한 티켓팅보다 어려웠고, 이미 올해 초에 마감한 대회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대회는 뛰어보고 싶어서 나주와 부여를 다녀왔고 나름의 추억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1년을 꾸준하게 달린 지금은 풀 마라톤이라는 또다른 목표에 도전하기 위해 달리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중이다.
요즘은 러닝의 인기가 높아져서 그런지 예전에 비해 ‘달리기가 왜 좋으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자문자답을 적어보자면 ‘하는만큼 늘기 때문’이겠다. 달리기의 별명은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운동’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꾸준히 달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특히 초보 단계에서는 더더욱 이 성과가 놀라울 정도로 드라마틱하다.
(1) 2023년 11월의 달리기
(2) 2024년 11월의 달리기
물론 지금은 처음처럼 ‘날마다 성장’하는 느낌을 얻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많은 부분에서 달리기는 내 삶을 바꾸어 놓았다. 그래서 앞으로도 부상 없이 쭉 달리기를 이어나가고 싶다.
달리고 나서 생긴 변화들
- 스트레스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 안정시 심박수가 15 가까이 떨어졌고, 평상시 호흡도 훨씬 안정적으로 변한 것이 체감된다.
- 잡생각도 많이 줄었다.
- 수면의 질이 높아졌다.
- 몸이 피곤해서 그런지 잠에 드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다.
- 잘 달리기 위해서 수면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 그토록 끊지 못했던 담배를 단숨에 끊었다.
- 물론 살도 빠졌다. 그러나 기대보다는 훨씬 덜 빠졌다.
- 성인이 된 이후로 무언가를 꾸준히 노력해서 더 잘하게 된다거나 능숙해진다는 느낌을 좀처럼 느끼지 못했는데, 달리기를 통해서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고 이것이 주는 성취감이 상당하다.
2025년 목표
- 매달 200km 이상 달리기
- 250일 이상 달리기
- 연 마일리지 2,500km 달성하기 (나이키 black 레벨)
- 풀 마라톤 Sub-4 달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