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달리기
여느 때처럼 일이 끝나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항상 집에서 피곤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더니 이번엔 어쩐지 숨이 차 보였다. 얼마 전 여행을 다녀왔는데, 사진 속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고는 본격적으로 살을 빼야겠단다. 아주 천천히라도 좋으니 조금씩 달려보라는 나의 오랜 잔소리가 드디어 통했는지 1분 정도를 뛰어봤다고 말하는 목소리에 약간의 뿌듯함이 섞여 있었다. 바쁜 와중에도 늘 침대맡에 놓인 책을 읽다 잠에 들던 엄마를 보고 내가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처럼, 이번엔 내가 엄마의 두 다리를 움직이게 했다고 생각하니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