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선 회수의 1원칙

복선을 잘 회수해야 좋은 추리소설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미스터리한 사건 하나 없는 고요하고 단조로운 나날이지만, 이제부터는 슬슬 필히 회수해야 할 과업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중 첫 과업은 2주 뒤에 있을 춘천 스카이 레이스가 되겠다. 산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 대회는 처음이어서 기대 50, 바로 다음 주에 공주에서의 로드 대회가 기다리고 있어 부상은 당하지 않을까 걱정 50이다. 도합 100의 복잡 텁텁한 마음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이는 수밖에. 일요일에는 장거리 훈련을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한강 공원을 달렸다. 식염 포도당 두 알을 넣은 생수 500m와, 좋아하는 앨범을 넉넉히 재생목록에 추가한 뒤 집을 나선다. Youth Lagoon으로 시작해 Magdalena Bay로 끝나는 전개가 나쁘지 않았다고 스스로 흡족해하며, 욱신거리는 두 다리를 끌고 집으로 간신히 돌아온다.

좋은 추리소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복선을 여러 개 깔아놓을 줄 알아야 한다. 결과론적인 믿음 50과 미래의 나에게 냅다 떠맡기는 마음 50으로. 범인을 잡는 것도,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내가 될 수 있다는 각오로.

결과의 자리에 가서 보면 모든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올챙이는 개구리가, 애벌레는 나비가,
씨앗은 나무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1

  1. 자기공명조영술 - 이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