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원두

달마다 로우키에서 이달의 원두를 200g씩 사서 먹는데, 지난달에는 커피를 평소보다 더 마셨는지 8월이 채 가기도 전에 원두가 다 떨어졌다. 마침 여름 특집 수박서리 블렌드를 한정 판매한다고 하여 구매해서 먹어보고 있다. 수박의 향이 꽤 강하고 상큼하다. 매일 마시는 원두로는 조금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여름이 가 버린다면 그것대로 아쉬울 테니까, 여름에는 여름을 만끽하는 게 좋겠지. 요즘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 쪽을 택하는 편이다.

사은품으로 컵을 준다길래 금액을 맞추기 위해 산 커핑 노트도 적어보고 있다.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케냐… 아무리 마셔도 도무지 나라 이름으로 커피의 맛을 떠올릴 수 없다. 맛있게 마셨던 원두 이름도 기억하지 못해 ‘산미 있는 걸로 주세요’라는 말만 N년 째 반복하는 중이다. 그것이 주는 의외성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지만, 좋아하는 것들에는 기억의 자리를 얼마든 내어줄 수 있으니까. 나의 감상을 적는 곳에 ‘첫맛은 묵직하고 쓴데 뒷맛이 가볍다’라고 적었는데, 설명에는 그 반대로 적혀 있다. 보기 좋게 틀려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