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슬로터다이크의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를 읽기 시작하다

호나스 트루에바의 「와서 직접 봐봐」에서 주인공이 읽던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어렵게 빌렸다. 다른 도서관의 보존서고에 있어 상호대차 신청을 해야 하는 데다가, 내 회원증에 오류가 있어 사서 선생님이 이리저리 전화를 걸어 해결해 주어야만 했다. 그런데 웬걸, 받고 보니 700페이지에 달하는 벽돌 책- 그것도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어려운 철학 책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은 분명 한 손에 들고 책을 읽었던 것 같은데, 분명 이 책의 내용이 좋다며 열변을 토했던 것 같은데 말이지. 평소처럼 AI에게 ‘최대한 쉽게 설명해 줘’라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한 문장씩 읽어 내려가 본다. 더 이상 어렵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마주하는 어려움은 유혹을 뿌리치기가 더욱 어려운 법이다. 이것은 마치 언어를 새로 배울 때의 감각과 비슷하다. 아니, 나와 전혀 다른 인간을 만나 1시간 남짓 삐걱거리는 대화를 나눌 때의 기분과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2주 만에 이 책을 다 읽을 자신이 없지만, 사서 선생님의 얼굴을 보기 미안해 무인 반납함에 집어넣겠지만, 그래도 되는대로 읽어 본다. 오늘은 20쪽 정도를 읽었다. 마찬가지로 영화에 나왔던 Bill Callahan의 음악을 들으며 마음이라도 다스려 본다. 이 음악은 전혀 어렵지 않다. “Let’s move to the country”라는 가사가 노래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단순하다(게다가 주인공은 영화에서 이 쉬운 가사마저 틀렸다!). 마음은 놓이고 머리는 조여 온다. 이 느낌이 불편하면서도 썩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