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그녀를 지키다』를 읽고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만약 전부 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다르게 선택할 수도 있겠지, 미모. 네가 단 한 번도 틀리는 법 없이 처음부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넌 신인 거야. 네게 품은 그 모든 사랑에도 불구하고, 네가 내 아들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나조차 신을 낳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녀를 지키다』는 조각가이자 난쟁이이자 한 여자를 평생 사랑했던 미켈란젤로 비탈리아니(미모)의 일생을 다룬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난쟁이이지만, 그의 고약한 성격과 운명의 장난에 의해 요동치는 인생의 진폭이 워낙 거대하여, 키가 작다는 이유로 세상의 불합리함을 마주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게 느껴진다. 어린 나이에 조각을 시작한 미모가 적어도 평범한 다섯 사람을 합친 정도의 굴곡진 인생을 작은 몸으로 맞아내며 산전수전을 겪게 되는 것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얘는 조각가가 될 거야.” 어머니가 장담했다. 아버지는 툴툴거리며 손과 등과 눈이 돌보다도 더 빨리 닳게 되는 고약한 직업이니, 만약 미켈란젤로처럼 되지 못한다면 그 모든 일을 피해 가는 게 차라리 낫다고 응수했다. 어머니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선수를 치기로 결심했다. 내 이름은 미켈란젤로 비탈리아니가 된다.

어머니는 남편의 조각 앞에서 태동을 느끼고는 태어날 아이의 이름을 미켈란젤로라고 짓는다. 그리고 그 이름은 일종의 예언으로 작용한다. 그렇다. 미켈란젤로 비탈리아니는 조각가의 운명을 지니고 세상에 태어난다. 아주 어린 소년일 때부터 드러난 조각가로서의 천부적인 재능은 다른 사람들이 불편함과 거북함을 느낄 정도로 비범했다. 동료들은 그를 시기하고 증오하여 그가 만든 조각상을 몰래 파괴하거나, 대놓고 따돌리거나, 심지어 임금도 주지 않는 등 온갖 방법으로 그를 착취하고 괴롭힌다. 하지만 미모는 그저 당하고만 있는 인물이 아니다. 때로는 어리석을 정도로 되갚아주어 곤궁에 처하고 일자리를 빼앗기기도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행동이라면 당장 길거리에 나앉게 되더라도 전혀 뒤돌아보지 않는 나름의 대범한 성격을 지녔다.

조각가 미모가 평생 놓치지 않고 간직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조각에 대한 열정도 생을 향한 긍정도 아니오, 바로 그와 우주적 쌍둥이인 비올라를 향한 사랑이다. 비올라는 파시스트당이 집권하던 시절의 보기 드문 진취적인 여성으로, 당찬 성격과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가족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을 당혹스럽고 불편하게 만드는데 주저함이 없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다사다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그녀를 깊이 이해하는 건 오직 미모뿐이다. 젊은 날의 비올라가 예견하듯 둘의 관계는 통속적인 우정과 사랑의 범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훨씬 더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무언가를 지닌다. 둘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내어줄 수 없는 내밀함을 공유하고, 때로는 서로를 마음 깊이 증오하여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대할 때도 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우주적 쌍둥이임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는다. 미모에게 있어 비올라는 일생일대의 사랑이자 뮤즈이며, ‘조각상이란 대리석 안에 있는 완성된 형태를 꺼내어 주는 것’이라는 미모의 말에 따르면, 그 자신을 세상으로 꺼내어 준 조각가이기도 하다.

책은 줄거리뿐만 아니라 구성과 문체 또한 매력적인데, 덤덤하면서도 예리하게 인물의 심리를 포착하는 부분이나, 각 장의 마지막에 문장을 살짝 비틀어 독특한 매듭을 짓고 넘어가는 방식이 읽는 이로 하여금 점점 더 스토리에 빠져들게 만든다. 미모의 일생을 돌아보며 얻게 되는 것이 피상적인 교훈이나 단순한 흥미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도 이 책이 위대한 이유라 할 수 있겠는데, 때문에 과연 나는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냐고 묻는다면 그 질문에 간단히 대답하기 어렵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들이 언뜻 떠오르기도 했는데, 아마도 이 책을 고전이라 부르기에 필요한 것은 단지 시간 뿐이겠다.

La « Pietà » de Michel Ange (1499), à Saint-Pierre de R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