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의 왕

표준국어대사전은 소음(騷音)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1. 불규칙하게 뒤섞여 불쾌하고 시끄러운 소리1

그리고 소음은 때때로 음악과 정반대에 있는 개념으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불규칙하게 뒤섞여 시끄러우면서도 흥미로운 사운드를 내는 아티스트가 있다. 그의 음악은 자칫 소음으로 들릴 수 있지만, 가만히 귀를 기울여 들으면 그 불규칙성이 사실은 정교하게 짜여진 멜로디임을 깨닫게 된다. 소음의 왕이라고 불러도 좋을, Dan Deacon을 소개한다.

그는 일찍이 고등학생 시절부터 소프트웨어를 통한 작곡의 무한한 가능성에 매료되었고, 이는 훗날 그의 사운드를 정의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2 뉴욕 주립대학교 퍼처스(SUNY Purchase)에서 전자음악과 컴퓨터 음악 작곡을 전공하고, 2004년에는 볼티모어로 이주하여 동문들과 예술·음악 집단 ‘왬 시티(Wham City)’를 결성하여 컴퓨터 사운드를 활용한 실험적인 음악을 세상에 내놓기 시작한다.3

대중과 평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7년, 그의 기념비적인 앨범 Spiderman of the Rings를 통해서다. 실험정신이 가득 담긴 이 앨범은 신디사이저, 왜곡된 보컬, 라이브 악기가 혼재된 다채로운 사운드를 선보였고, 그해 피치포크(Pitchfork) 선정 ‘최고의 앨범’ 24위에 오르며 댄 디콘이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이를 통해 그는 실험적인 음악으로도 충분히 대중과 소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의 실험 정신은 패턴을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방위적이다. Gliss Riffer(2015) 앨범의 “Take It to the Max“에서는 두 대의 피아노를 따로 녹음해 겹치는 방식을 사용했으며, “When I Was Done Dying“에서는 한 인간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긴 이야기로 풀어내는 서사적 구성을 시도했다.2

그는 다큐멘터리 및 영화 음악의 제작자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베놈 같은 액션 영화부터 빌 게이츠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사랑받고 있다. 분명 소음에 가까울 정도로 불규칙하고 정신 사납지만, 바로 그 혼돈이 듣는 이로 하여금 각자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기 때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