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야기하기

나는 관습에서 벗어나 다른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예술가를 좋아한다. 혹자는 그것을 단순히 흥미를 끄는 요소로서 바라볼 수 있겠지만, 이는 단순한 표현 방식에 지나지 않고, 나아가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시선을 근본적으로 확장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 켈리 라이카트의 퍼스트 카우는 총잡이들의 피튀기는 싸움으로 가득한 다른 서부극과 달리, 선함 가득한 두 남자의 우정 이야기를 다룬다. 대단한 금광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견제하거나 말을 타고 다니며 총을 쏘아대지 않는다. 영화에서 그들이 저지르는 가장 대범한 행위는 어느 부자의 소젖을 훔치는 것이다.

👽 바카리즈무가 극본에 참여한 핫스팟: 우주인 출몰 주의!에서의 우주인(외계인)은 손가락 힘이 세서 동전을 구부릴 수 있다거나, 인간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등 외계인 치고는 시시한 능력을 지닌 존재로 그려진다. 지구를 점령하려거나 범접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이웃 어딘가에 자신의 힘을 숨기고 사는 존재로 표현함으로써 왠지 모를 친숙함을 부여하면서도 기존의 외계인이 등장하는 여느 작품과 다른 개성을 지닌다.

예술은 단순히 기존의 틀을 답습하고 사람들이 기대한 바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틀과 선입견을 의심하고 경계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의의를 갖는다. 그렇기에 내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예술가란, 전체의 압력 속에서도 고유한 차이를 지켜내고, 때로는 기대를 보란듯 배반하며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이런 마음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것으로 고유한 차이를 지우는 마음보다, 전체적인 것의 압력을 고유한 차이들이 견뎌내고 이겨내고 급기야 변경시키는 마음이 더 소중하다고.” - 이장욱,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