뵐플린의 다섯 가지 대립 범주

하인리히 뵐플린은 16세기와 17세기의 양식 차이를 다섯 가지 대립 범주로 정리했다. 이는 리글의 ‘촉각적/시각적’ 대립을 ‘고전적/바로크적’ 대립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첫째, 선적에서 회화적으로의 전개이다. 고전적 양식은 대상의 윤곽을 명료히 표현하여 촉각적 성질로 대상을 나타낸다. 반면 회화적 양식에서는 만질 수 있는 소묘성이 무시되고, 대상은 전체적인 시각적 외관 속에서 융합된다. 선적 시각형식이 대상을 독립·분리시킨다면, 회화적 시각형식은 대상을 전체 속으로 융합하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둘째, 평면에서 깊이로의 전개이다. 고전적 양식은 전체 구성을 평면 또는 층의 병렬로 나타내고, 바로크적 양식은 시각적으로 상상된 전후 관계의 깊이를 강조한다.

셋째, 닫힌 형식에서 열린 형식으로의 전개이다. 고전적 양식이 규칙적·구조적이며 그 자체로 완결하는 구성을 보여준다면, 바로크적 양식은 불규칙적·비구조적으로 경계가 사라지는 듯한 구성을 나타낸다.

넷째, 다수성에서 통일성으로의 전개이다. 고전적 통합에서는 각 부분이 독립성을 지닌 다원적 통일을 형성하지만, 바로크적 통합에서는 부분이 전체 속으로 융합되어 단일한 통일을 이룬다.

다섯째, 명료성에서 불명료성으로의 전개이다. 이는 선적인 것과 회화적인 것의 대비와 유사하다. 고전예술에서 개개 형태의 명료한 표현이 바로크 예술에서는 무시되고, 형태는 전체 구성을 유지하는 단순한 포인트로만 기능한다.


이 ‘직관의 범주’에 기초한 뵐플린의 양식사는 미술사의 자율성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뵐플린은 이 조소적에서 회화적으로의 전개 도식이 다른 시대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현대미술 비평에서도 추상표현주의를 ‘회화적’으로 특징지어 유럽의 기하학적·구성적 추상과 대비시킴으로써 미국 회화의 정체성을 주장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이는 뵐플린의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