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
짐 오루크의 There’s Hell in Hello, But More in Goodbye를 들으면 왜 우리가 ‘안녕’이라는 단어를 정반대의 상황에서 함께 사용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노래에는 Hello도 있고 Goodbye도 담겨 있다. Hell은 있지만 Heaven은 없다. 그보다 더한 것이 있을 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18. 하늘에서 떨어진다
18. 당근을 사러 간다
0. 천국이 몇 개인지 세어 보지 않는다1
MARO의 목소리에는 초원과, 풀과, 바람과, 책장과, 읽지 않은 책 위의 쌓인 먼지와, 책상에 놓인 노트와, 노트에 적힌 펜의 잉크 냄새가 모두 담겨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쉬이 이해할 수 없는 포르투갈 사람들의 ‘사우다드’가 담겨 있다.
Residente는 친한 친구가 죽고 나서 어딜 가나 313이라는 숫자가 보였다고 한다. 친구와 나눈 마지막 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3시 13분이었고, 그래서 이 곡을 작업하게 되었다고. 뮤직비디오에서 그가 Penélope Cruz에게 숨을 불어넣는 장면, 수십 명의 발레리나들이 몸짓으로 시간의 유한함을 표현하는 장면, Silvia Pérez Cruz가 분수 한 가운데서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너는 너무나 커서 담을 수가 없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 모든 장면과 가사가 아름다워 두고두고 보게 된다. 특히 “달팽이들이 성냥이 되는 법을 배우듯(Así como los caracoles aprenden a ser de las cerillas)”이라는 표현은 마치 달팽이처럼 더디게 흘러가는 듯한 착각에 빠져 있다가, 사실은 한 줌에 불과한 시간이 성냥처럼 타들어가고 있음을 직시하게 만든다. 무엇이 달라지겠냐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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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눈물을 흘리는 진짜 당근 - 문보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