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ar를 더욱 사랑하게 만든 음악들
그동안 미뤄두었던 The Bear를 정주행했다. 음식에 관한 드라마이지만 눈 못지않게 귀가 즐거웠는데, 좋았던 수십 개의 수록곡 중에서 큰맘 먹고 3개만 골라 보았다.
1. “Chicago (Demo)” by Sufjan Stevens
더 베어의 배경인 시카고의 지역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오프닝이자, 내가 생각하는 시리즈 통틀어 최고의 오프닝. 실제 시카고 사람들의 매일 아침 출근길을 함께 했던 라디오 DJ 린 브레머의 목소리를 빌어 수프얀 스티븐스의 Chicago (Demo)를 소개한다. 원곡이 아닌 Demo 버전을 삽입하여 최대한 날 것의 시카고의 느낌을 전하는 디테일에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다.
“93.1 FM WXRT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전 세계 최고 절친 린 브레머입니다. 살아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오늘 첫 곡의 작곡가는 Christmas Unicorn으로 지하철 무대에 올라 유명해진 사람입니다. 눈부신 색상의 의상을 입은 희귀하고 아름다운 생명체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하지만, 어떤 길은 시카고에서 출발합니다. 수프얀 스티븐스입니다. 여기는 시카고입니다.”1
2. “Glass, Concrete & Stone” by David Byrne
가장 좋았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자면 시즌 2 7화 “Forks”를 빼놓을 수 없겠다. 극중 리치라는 인물의 깊이를 더하는 곡이자, 더 베어의 이야기를 한층 풍부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에피소드라고 생각한다. 평생 스스로를 존중할 줄 몰랐던 리치가 자기 자신과 자신의 일을 돌아보게 되면서 진정한 성장의 순간을 맞는다. 중간에 수록된 데이비드 번의 Glass, Concrete & Stone가 흘러나올 때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샌드위치 가게가 고급 레스토랑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내내 소외감을 느꼈던 그의 마음을 이보다 더 잘 대변하는 곡은 없을 것이다.
Glass and concrete and stone (그저 유리와 콘크리트와 돌일 뿐)
It is just a house, not a home (여기는 내가 사는 곳(house)이지만, 내가 속한 곳(home)은 아니야)2
3. “Slow Disco” & “Fast Slow Disco” by St. Vincent
시즌 4에서는 St. Vincent의 “Slow Disco”와 “Fast Slow Disco”가 각각 다른 에피소드에서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의 노래를 두 개의 버전으로 나누어 사용하면서, 그 사이에 달라진 극의 분위기와 인물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드러내는 연출은 The Bear에서 음악이 얼마나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훌륭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거리낌없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