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delabro가 노래하는 욕망, 육체, 의지

칸델라브로(Candelabro)는 2023년 데뷔 앨범 《Ahora o Nunca》로 칠레 인디 씬에 등장한 7인조 밴드다. 팬데믹 시기에 결성된 이들은 수준급의 연주력에도 불구하고, 내향적이고 수수한 이미지 덕분에 ‘너드 록(Nerd Rock)’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대학생 무리 같았던 그들이 껍질을 깨고 세상을 놀라게 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2년이었다. 이번엔 칠레가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말이다.

2025년 발표된 두 번째 정규 앨범 《Deseo, Carne y Voluntad》는 발매 직후 Rate Your Music(RYM)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총 75분에 달하는 이 방대한 서사는 멤버의 개인적 상실에서 출발해 가톨릭 도상과 칠레의 현대사를 엮어낸 결과물이다. 로스 하이바스(Los Jaivas) 등 칠레 고전 록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동시대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은 이들의 음악에 평단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이제 칠레를 넘어 라틴 아메리카 록의 새로운 이정표가 된 칸델라브로, 그들이 직접 전하는 앨범의 뒷이야기를 들어본다.


Q. 이번 앨범에서 종교와 신앙이라는 주제가 중심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됐어요. 어릴 때 가톨릭 학교를 다니면서 강제적으로 믿음과 공존해야 했고, 그게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았거든요. 하지만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시면서 그 의미를 다시 이해하게 됐죠.
우리는 고통과 간절함, 그리고 수용의 언어를 찾아야 했고, 십자가나 기도 같은 종교적 이미지들이 가장 가까운 표현이 되었어요. 흥미로운 건, 앨범 발매 일주일 뒤에 아버지의 치료가 끝났다는 거예요. 2년 동안의 긴 호흡이 함께 끝난 셈이죠.1

Q. 앨범의 제목인 「욕망, 육체, 의지」는 어떤 철학적 배경에서 나온 건가요?

제목은 주로 마티가 정했어요. 오래 고민하고 단톡방에서 많이 얘기한 끝에요. 곡들이 완성되고 나서, 이것저것 제안하며 놀다가 《Deseo, Carne y Voluntad》가 나왔고 대부분 마음에 들었어요. 실제로 앨범의 주제와도 어울렸고요.
결국 육체는 욕망을 이루지 못하게 막는 것이지만, 그래도 의지는 여전히 살아있잖아요. 커버의 동물들도 같은 것을 표현해요. 양은 욕망 자체를 상징하고, 가시관은 육체를, 별은 늘 그 자리에 있는 의지를 나타내요. 모든 게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해요.

Q. 로스 하이바스(Los Jaivas)나 콩그레소(Congreso) 같은 칠레 고전 밴드들의 영향이 짙게 묻어납니다. 젊은 세대로서 이들과 어떻게 연결되었나요?

부모님들이 물려준 문화적 뿌리 덕분이죠. 사실 저는 종교 자체에 편견이 있었는데, 이 선배 밴드들의 음악을 공부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영성과 칠레의 정치적 현실을 함께 엮어냈는지 깨닫게 되었어요.
그들의 음악에는 기독교적 테마와 칠레의 토속적인 색채, 그리고 역사적 현장감이 섞여 있었고 그것이 저희에게 큰 영감을 주었죠.23

Q. 첫 앨범과 달리 이번 공연장에는 7살 아이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보인다구요. 이런 변화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정말 아름다운 일이에요. 이제 우리는 10대나 20대만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관객들이 앨범에서 좋아하는 곡이 다 제각각이라는 점도 흥미롭고요. 누군가는 「Ángel」을, 누군가는 「Las Copas」를 좋아하죠. 우리 음악이 세대의 틀을 넘어 여러 사람에게 닿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Q. 해외에서는 ‘블랙 컨트리, 뉴 로드(Black Country, New Road)’와 비교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처음엔 기분 좋았지만, 지금은 우리 음악을 좀 축소해서 보는 것 같기도 해요. 외국 분들에게는 그게 가장 쉬운 접근 방식이겠지만요. 사실 우리 음악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칠레의 맥락을 알아야 해요. 로스 하이바스가 얼마나 위대한지, 독재 시대의 음악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같은 거요. 그런 맥락 없이 사운드만 비교하면 우리 음악은 단순한 에스닉 록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죠.12

Q. 이 앨범이 갖는 의미와, 앞으로의 마음가짐이 궁금합니다.

앨범이 완성됨과 동시에 아버지의 투병생활이 끝났어요. 완성되면서 치유가 일어난 셈이죠. 그러나 이 앨범은 더 이상 개인적인 것이 아니에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거든요. 우리는 무대에서 그들과 함께 대화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우리도 그런 느낌이었어’, ‘우리도 그런 고통을 겪었어’라고 말해 줄 때, 우리의 특수한 경험이 실은 보편적이었다는 걸 깨닫곤 해요. 사람들이 우리의 작품을 좋아해 주는 걸 보며 사랑을 돌려받는 느낌입니다. 이제는 그 사랑에 응하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Footno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