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인디씬의 보물, Chini.png 인터뷰

용의 뿔을 달고 얼굴에 분장을 한 채 노래하는 이 아티스트는, Sia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지닌 칠레 인디씬의 보물같은 존재다. 2023년 데뷔 앨범 El Día Libre de Polux로 칠레 인디 록 신에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이듬해 이 앨범은 롤링스톤이 선정한 ‘2023년 최고의 스페인어 앨범 50’에 이름을 올리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고, 칠레 음악 시상식인 Premios Pulsar에서 최우수 록 아티스트(Artista Rock) 부문을 수상했다. 한껏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 그녀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깃든 작은 마을 Lo Orozco로의 정서적 귀환을 그린 두 번째 앨범 『★ Vía Lo Orozco ★』를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Chini가 유년 시절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머물렀던 Lo Orozco라는 마을로 향하는 버스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다. 그녀는 그 버스를 다시 타고 되돌아가듯, 과거의 풍경과 기억을 더듬으며 유년기의 상처를 보듬고, 자신의 정체성과 칠레 사회의 페미니즘적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여러 매체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제 Chini.png가 직접 들려주는 『★ Vía Lo Orozco ★』의 세계를 따라가 본다.

Q. 앨범 제목 Vía Lo Orozco는 어떤 의미인가요?
“Lo Orozco는 칠레 중부에 있는 작은 마을이에요. 제 가족은 제가 어릴 때 주말마다 거기에 가서 시간을 보냈죠. 그곳은 제가 가장 행복했던 기억들이 있는 장소예요. 버스 노선 이름인 ‘Vía Lo Orozco’는 그곳으로 가는 길을 의미하는데, 이 앨범은 그 길을 다시 따라가며 제 유년기의 자신을 만나는 여정이에요.”1 “Lo Orozco는 제가 산티아고에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삶과 완전히 다른 세계였어요. 거기서 저는 자유로운 예술가였죠. 가족과 함께 라디오를 카세트에 녹음하고, 만화를 읽고, 드루이드 놀이를 했어요. 그 장소는 제가 진짜 자신이 될 수 있었던 유일한 공간이었어요. 그래서 이 앨범은 그 장소로 다시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에요.”2

Q. 앨범 준비부터 발매까지가 하나의 긴 여정이었을 텐데요, 어떠셨나요?
앨범 내적인 여정으로 보자면, 이 앨범을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나뉜다는 걸 깨닫는 게 꽤 멋진 경험이었어요. 이 앨범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심지어 인터뷰하는 기자분들조차 저에게 자신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거든요. 결국, 사람들은 각자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지나면서 잃어버리게 되는, 아주 신성한 내면세계가 있잖아요. 사람들이 저에게 그 세계를 이야기해 준다는 게 참 아름다워요. 마치 사회가 강요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기 이전의,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을 만나는 기분이랄까요.3

Q. 이번 앨범의 음악적 접근 방식이 이전작과 어떻게 다른가요?
“이전 앨범 El Día Libre de Polux는 콜라주와 실험에 더 가까웠어요. 하지만 이번 앨범은 더 명확한 콘셉트와 정서적 자전성으로, 제 내면과 유년을 정면으로 마주한 작업이에요. 우리는 2024년 겨울에 GAM 스튜디오에서 밴드가 한 공간에서 라이브로 연주하는 방식으로 녹음했어요. 이전의 로우파이·하이파이·게임 사운드 등 콜라주식 프로덕션을 거친 뒤, 보다 선명한 밴드 사운드와 실연의 에너지를 담고 싶었죠.”1

Q. 이번 앨범은 당신의 과거 세계를 열어젖히고 노래를 통해 보여주는 작업이었습니다. 기분이 어땠나요?
저는 예술 안에서 아주 ‘아이 같은 캐릭터’를 일부러 만들어냈어요. 역설적이게도 제 진짜 어린 시절을 잊기 위해서였죠. 제 유년기는 꽤 불편했거든요. 너무 수줍음이 많아서 삶을 헤쳐나가는 게 힘들었어요. 타인에게 다가가는 것조차 막아버리는 그런 극심한 수줍음이었죠. 많은 아이나 어른들이 여기에 공감할 거라고 생각해요. 혼자일 땐 너무 즐겁지만, 남들과 상호작용해야 할 땐 거대한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처럼 힘든 거요. 저는 그 두 자아를—예술 속의 저와 실제의 저를—철저히 분리했었어요. 서로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은 ‘나는 언제나 같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통합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요.3

Q. El Día Libre de Polux를 발표할 때는 심판받을까 봐 너무 두려웠다고 하셨죠. 이번 앨범에서는 그 두려움이 여전히 존재하나요, 아니면 다른 것으로 대체되었거나 사라졌나요?
좋은 반응과 인정을 많이 받았지만, 동시에 수많은 악성 댓글과 증오도 받았어요. 그래서 저를 방어해야 했죠. 그 부분은 작년에 저에게 감정적으로 큰 타격이었어요. 계속해서 ‘내가 누구인지’를 변호해야 했으니까요. ‘이 여자는 대체 뭐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동생이며, 무엇보다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인간입니다’라고 말해야 했죠.2

Q. 마지막으로, 이 앨범을 듣는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요?
“이 앨범은 제가 가장 행복했던 기억들을 통해 제가 누구인지를 재발견한 여정이에요. 여러분도 자신만의 ‘Vía Lo Orozco’를 찾아서, 잊어버렸던 행복과 자유로움을 다시 만나길 바라요. 음악은 그런 여정을 가능하게 하는 마법 같은 도구니까요.”1
Foot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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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i.png lanza su disco más íntimo: “Quiero desafiar expectativas sobre cómo debe ser un proyecto de rock femenino” - La Tercera ↩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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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i.png: “El músico pareciera que tiene que hacer un comercial de sí mismo“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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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vista a Chini.png: “Me inventé un personaje muy infantil, dentro del arte, para olvidarme de mi propia infancia” - Música y Espectáculo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