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hall Love 2

1) 매일 인사를 건네주는 파란 싱글렛의 아저씨에게 이번에는 내가 먼저 인사했다.

2) 프리스타일 풋볼 수업에서 자주 만나는 분에게 먼저 말을 건냈다. 종종 마라톤 기념품 티셔츠를 입고 오시길래 러닝 좋아하시냐고 물어보았는데, 굉장히 반가워해 주셨다. 추석 끝나고 한 번 같이 뛰기로 했다.

3) 이번 주 일요일은 대회 전 나의 상태를 점검하는 장거리 훈련이 있는 날이었다. 그날 성수동으로 넘어가면서 본 일출이 참 예뻤는데, 도중에 멈추어 사진을 찍으면 훈련이 물거품이 될 것 같아 눈으로만 가득 담았다. 뚝섬에서 잠실대교로 향하는 구간에서는 풋풋한 대학생 새내기로 보이는 외국인 학생 4명이 풍경 사진을 찍으며 한강을 걷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누군가가 저 멀리서 여행을 와서 밤새 걸으며 사진을 찍는 풍경을 매일 같이 달리고 있구나. 그것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4) 「린다 린다 린다」 시사회에 다녀왔다. 「심야 식당」의 감독인 것도 처음 알았는데, 영화를 참 담백하게 찍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본에서 온 배우들이 말하길, 당시엔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이 20년 만에 한국에서 재개봉하여 관객들과 GV를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단다. 모처럼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의가 넘치는 GV였다.

5) 얼마 전 광화문 교보문고의 글판이 가을 버전으로 바뀌었다. “여름은 동사의 계절. 뻗고, 자라고, 흐르고, 번지고, 솟는다.”라는 여름의 글판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사진을 찍어둘 걸. 이번 가을의 문구는 “이상하지,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이다. 살아 있는 것의 아슬함이란 무얼까? 시속 100km의 자동차 안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 고층 빌딩에서 까마득한 지상의 풍경을 바라보는 기분? 매일 아침 책상 앞에 앉아 부정적인 감정들과 줄다리기를 하는 기분? 아니면.

6) 요즘 넓디 넓은 광화문 사거리를 걸을 때면 줄리아 홀터의 “I Shall Love 2”를 듣는다. 분수 속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과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대는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이 노래를 들으면 묘하게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다. 노래는 두 마디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That is all, that is all
There is nothing else1

  1. Julia Holter - I Shall Love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