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선풍기의 회전 버튼을 누르면 항상 원하는 곳의 반대로 움직인다. 이건 분명히 착각이 아니다.
달리고 나서 달라진 점 중 하나는 날씨의 변화에 민감해졌다는 것이다. 온도와 습도에 따라 몸은 미세하지만 분명하게 덜 힘들고 더 힘들다. 오늘 맞이한 가을바람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무척 반가웠다. 더운 여름에도 매일같이 밖으로 나가 달렸던 것에 보상을 받는 기분도 들었다. 두 다리가 구르는 속도가 빨라지고, 호흡은 이상할 정도로 편안해서 의심의 눈초리로 스마트워치를 자꾸만 들여다 보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코를 살짝 훌쩍였다. 오늘은 창문을 조금만 열어두고 자야지.
어느덧 재택근무 3년 차. 내가 터득한 나름의 요령(이라 쓰고 몸부림이라 읽는) 중 하나는 오전 시간과 오후 시간의 업무 장소를 달리하는 것이다. 주로 오전에는 집 근처 도서관 열람실에서 근무를 하고, 회의가 있는 오후에는 집에서 일하는 편이다. 요즘의 도서관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되어 있다. 무려 얼음 정수기가 있고, 테이블마다 콘센트를 꽂을 수 있다. 여유가 있는 날이면 책도 몇 권 빌려 집으로 돌아온다. 학생들의 방학이 끝났나 보다. 낭랑한 목소리로 도서관의 사람들을 당황케 했던 초등학생 아이들의 천진한 소란이 그립다.
오늘은 선선한 날씨에 조금 더 걷고 싶어 역 앞 스타벅스로 출근했다. 몇 년 전부터 스타벅스의 선곡 실력에 감탄하곤 한다. 지난번엔 좋아하는 Andrew Bird의 노래로 나를 즐겁게 하더니, 오늘은 미처 몰랐던 Perfume Genius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아주 가끔, 어쩌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때면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내밀한 비밀을 들킨 것 같아 괜히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이야기가 나왔으니 오늘 날씨와 어울리는 노래를 한 곡 꼽아보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