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락시텔레스

프락시텔레스(Πραξιτέλης, 기원전 4세기경)는 고전주의 후반을 대표하는 그리스 조각가로, 인간의 신체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기법을 발전시켰다. 그는 조각에서 ‘우미(柔美, Graceful Beauty)’를 강조하며, 이전 시대의 엄격한 균형미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하고 섬세한 형태를 추구했다. 그의 작품은 신체의 이상적인 비례뿐만 아니라 감각적이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의 대표작 헤르메스와 어린 디오니소스 는 이러한 조각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헤르메스는 한쪽 다리에 체중을 싣고 다른 쪽 다리를 이완시키는 콘트라포스트(Contrapposto)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이는 신체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하는 중요한 조형 원리로 자리 잡았다. 헤르메스의 신체는 유려한 곡선을 이루며, 그의 표정은 차분하고 부드럽게 묘사되었다. 빙켈만은 이 조각을 분석하며 “우미(柔美)“라는 개념을 적용하였으며, 이는 고전주의 조각이 지닌 특징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프락시텔레스는 대리석을 주된 조각 재료로 사용하였으며, 이전 시대의 청동 조각보다 더욱 섬세하고 감각적인 표현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는 신들의 초월적이고 이상적인 모습보다 인간적인 면모가 강조되었으며, 이는 후대 헬레니즘 조각의 사실적이고 감성적인 경향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는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 가 있다. 이 작품은 역사상 최초로 여성 누드를 본격적으로 조각한 작품으로 평가되며, 신의 형상이 보다 인간적으로 묘사되었다는 점에서 예술사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을 이룬다.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는 유려한 신체 곡선과 자연스러운 자세를 통해 신성하면서도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표현하였다.

프락시텔레스의 조각 기법과 미학적 원리는 후대 로마 조각뿐만 아니라 르네상스와 신고전주의 시대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작품은 이상적인 신체미와 조화로운 비례를 탐구하는 서양 미술 전통의 중요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