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riboy $ [00:00:00]

$ read 몸짓에-가까운-언어

// published: 2026-06-27 · 3 min read

tags: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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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a Lalita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작은 방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문명이 세워지기 이전, 광활한 대지에 맨발로 홀로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2017년 《Madre: a disruptive environment》라는 퍼포먼스로 먼저 자신의 시각적·신체적 세계를 선보였던 그녀는, 첫 EP 『Trececerotres』에서 그 세계를 음악적으로 펼쳐 보인다. 제목인 『Trececerotres』는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페루의 아파트 1303호를 trece-cero-tres, 즉 13-0-3으로 변형하여 만든 일종의 언어 유희이자, 그 방을 특별하게 기억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앨범에서 단연 돋보이는 특징은 보컬 레이어링과 비언어적 발성이다. 그녀는 오랜 시간을 들여 목소리를 층층이 쌓는 레이어링 방식을 사용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녀가 다루는 감정이 하나의 일관된 목소리로 표현되기 어렵고, 나머지는 청자 또한 그녀가 들인 시간을 오롯이 느낄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각각의 목소리는 서로 대화하고, 갈등을 일으키고, 때에 따라 무언가를 강조하거나 왜곡하며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한 표현을 시도한다.

EP 제목과 동명인 첫 번째 트랙 「Trececerotres」는 불길함을 조성하는 멜로디와 멀리서 들려오는 음성, 비명에 가까운 발성으로 하여금 앞으로의 청취 경험이 쉽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며 그녀가 힘겹게 쌓아 올린 방 안으로 초대한다.

「Tenía Razón」은 보컬 레이어링과 비언어적 발성이 더욱 도드라진다. 랄리타는 고통을 일일이 설명하는 대신 그것의 가장 순수한 형태를 전시하는 방향을 택한다. 반복되는 후렴구 "느끼지 않는 사람에게, 그건 아프지 않아(El que no siente, eso no le quema)"는 그녀가 고통을 대하는 방식이자 바라보는 태도이다. 그녀에게 고통은 멀리서 이해하는 대상이 아니라, 맨발로 들어가 직면해야 하는 장소이며, 그것으로부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고통은 자신을 용기 내어 마주하고, 느끼려는 자에게 본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리라.

세 번째 곡 「Atrás」에 이르면 사운드는 더 강하게 뒤틀린다. 자신을 뒤로(Atrás) 밀어내는 압력으로부터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달려 나간다(심지어 그것이 제자리일지라도). 레이브 비트가 섞이며 현대성과 원시성이 병치되어 청자로 하여금 초월된 시간의 감각에 놓이게 한다.

「No Para」에 이르러 음악은 돌연 서정성을 갖추지만, 무언가가 해소되어 그런 것은 아니고, 오히려 시간을 길게 늘어뜨려 그녀가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을 육체적·심리적 고통을 최대한 직접적으로(그러나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마지막 「Pisoteo」는 앨범에서 가장 물리적인 곡이다. 발을 구르는 듯한 타악기 소리가 전면으로 두드러져 마치 플라멩코를 연상시키는 이 곡은, 비언어적인 외침, 즉 언어가 형성되기 이전에 인류가 표현을 위해 사용했을 법한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상처와 기억 모든 것들이 해소되기보다, 오히려 몸에 천착하여 결코 동떨어져 있을 수 없음을 다시금 확인한다. 그 앞에서 인간은 더욱 강해지지도, 그렇다고 한 치도 빗겨가지도 못한 채로 영원한 반복을 마주함을 인식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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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리타의 작업을 이야기할 때 뮤직비디오를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모든 고통과 상처가 실제로 통과하는 선험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5곡 모두 뮤직비디오가 존재하니 가능하면 함께 감상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