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riboy $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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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 2026-08-09 · 3 min read

tags: [music]

1. 《Micrographia》 by Bug Teeth

로버트 훅이 렌즈를 통해 관찰한 곤충과 식물의 세밀한 그림을 담은 현미경 관찰서에서 따온 이름의 앨범, Bug Teeth의 Micrographia(마이크로그라피아)는 어머니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며 밴드의 창립자이자 작곡가인 PJ Johnson의 삶에 생겨난 크고 작은 균열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양한 장르로 이루어진 사운드와 제목과 가사에 담긴 문학적 인용을 통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예술로 옮겨낸다. 첫 번째 트랙 Tapeworm에서 어머니에게 묻는다. '시간이 다시 주어진다면 날 포기할 텐가요?' 아름다운 선율로 꽁꽁 싸매었음에도 날카롭고 이질적이고 꽤나 아프게 들려온다.

2. 《A Danger to Ourselves》 by Lucrecia Dalt

서늘하고 의뭉스러운 분위기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Lucrecia Dalt의 《A Danger to Ourselves》는 끝내 범인이 밝혀지지 않는 추리 소설 같다. 이야기가 흥미진진한 나머지 차라리 범인이 밝혀지지 않더라도 결말이 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듣게 된다. 가장 귀에 들어오는 부분은 그녀가 목소리를 다루는 방식이다. 주술처럼 읊조리다가, 평범하게 노래하고, 목소리에 목소리를 얹는 식으로 입체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 서로 다른 층위의 사운드가 맞물리고 비틀리면서 만들어 내는 공간감은 의도적인 여백 사이를 유령처럼 자유롭게 배회한다. 그녀의 음악은 청자를 계속 속이고, 괴롭히고, 침을 흘리고, 내 혀를 잡아당기며(Keep fooling, bullying, drooling, pulling my tongue) 죽음이 가까이에 있는 듯한 어둠 속으로 속절없이 빠져들게 한다.

3. 《¡Ay!》 by Lucrecia Dalt

《¡Ay!》는 Preta라는 외계 존재가 지구에 착륙해 벌어지는 SF 이야기를 볼레로 양식으로 빚어낸 앨범이다. Preta가 벌이는 느리고도 자유분방한 춤사위를 구경하면서, 지구인이라는 존재를 낯설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그들은 흐르는 시간을 붙잡으려 애쓰고, 사소한 소란에 사로잡혀 자신들의 삶을 돌보지 못한다. 의뭉스럽고도 경쾌한 농담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허물고, 어딘가에 가두면서도 동시에 자유롭게 한다. 이 앨범은 충분히 춤추고 있지 않은 이들에게 강력한 처방전이 될 것이다.

4. 《~~~ - EP》 by Ana Roxanne

Ana Roxanne는 묻는다. "느림의 즐거움은 왜 사라졌을까?" 그리고 답한다. 그건 아마 내가 찾는 무언가가 외부에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는 빠르고 과잉인 시대에 사라져 가는 느림과 그것이 지닌 고유한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 흐르는 소리, 차임, 바람 소리, 자갈밭 걷는 소리, 어린아이가 무언갈 말하려 애쓰는 소리... 소리는 꾸미지 않아서 더 아름답고 자연스럽다. 27분이라는 찰나의 시간만이라도 흘러가는 시간을 가만히 들여다보기로 한다. 그녀가 가져온 말처럼 "가장 깊은 본성에 친화성을 지닌 것들은 서로를 찾아1"갈 것이고, 원하는 무엇이든 "그 모든 것이 내 안에 있다2"는 걸 발견하게 될 테니까.

Footnotes

  1. 『주역』

  2. Chaka Khan, 〈I'm Every Woman〉(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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