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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 2026-03-29 · 5 min read

tags: [essay, book, movie, music, habit]

E. L. Doctorow은 한때 “소설을 쓰는 것은 밤에 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당신은 헤드라이트만큼만 볼 수 있지만, 그런 식으로 전체 여행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볼 필요가 없고, 목적지나 도중에 지나칠 모든 것을 볼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은 단지 앞으로 2~3피트만 보면 됩니다. 이것은 글쓰기 또는 인생에 대해 내가 들어본 최고의 조언 중 하나입니다. - Anne Lamott의 짧은 과제1

1. Rock andino

Niños del Cerro의 《Nonato Coo》 앨범을 다시 들었다. 전에는 흘러 들었던 좋은 노래들이 귀에 꽂히기 시작했는데, 이럴 때면 새로운 음악을 발견할 때와는 다른 즐거움이 있다. 언어가 그렇듯이 음악도 자주 듣다 보면 생소했던 장르에도 귀가 트이나 보다. 어느새 내 귀는 파란색으로 칠한 열차를 타고 마추픽추로 향하고 있다.

아무튼 비슷한 음악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Rock andino’ 장르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또 다른 세계의 문을 열어젖힌 기분이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안데스 락’이라고 부르는 게 적절하려나. 페루·칠레·아르헨티나 등의 안데스 산맥 국가들에서 프로그레시브 록·사이키델릭 록에 원주민 안데스 음악의 전통 악기와 화성을 섞어 탄생한 음악 장르라고 한다. 아직 andino의 색체가 강한 음악들에는 거부감이 일지만, 최근 발견한 아티스트 Javiera Electra의 음악2을 듣고는 조금의 저항도 없이 입이 벌어졌다.

그녀가 KEXP에서 부른, 코코의 OST로도 유명한 멕시코의 전통 민요 La Llorona3 또한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망자의 날(Dia de Muertos) 축제에 죽은 자와 산 자의 공연이 함께 열린다면, 살아 있는 쪽의 대표로 그녀가 노래를 불러야 마땅하지 않을까.

2. 『매니악』

벵하민 라바투트의 『매니악』을 읽었다. 파울 에렌페스트, 존 폰 노이만, 이세돌을 중심으로, 사실에 근거한 허구로 쓰여진 논픽션소설이다. 극악무도한 살상력을 가진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과학자들이 느꼈을 양가감정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었던 맨해튼 프로젝트 내용이 특히 흥미로웠다. 같은 입장에 처했을 때,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탄생할 기술이라면, 지금이 아닐 필요가 없다’는 그들의 논리에 반하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과연 진보를 치유할 방법은 없는 걸까?

이를테면 세상을 날려버릴 수도 있는 무언가를 다루게 되는 상황이 갑자기 벌어졌을 때 우리는 한낱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존 폰 노이만

“결국 기술은 인간의 배설물일 뿐 대단한 ‘무언가’로 간주되어서는 안 되거든. 거미줄이 거미의 일부이듯 기술도 우리의 일부일 뿐이니까. 하지만 기술은 갈수록 빠르게 진보하면서 불가피한 특이점으로, 우리가 아는 인류 역사가 더는 지속되지 못할 티핑 포인트로 나아가고 있는 듯해. 이제 진보는 이해를 초월할 만큼 빠르고 복잡해질 걸세. 기술력은 언제나 양면성을 가진 성과이고, 과학은 지극히 중립적이어서 어떤 목적으로든 쓰일 수 있는 통제 수단을 제공할 뿐 모든 사안에 무관심하지. 어떤 특정한 발명품의 비뚤어진 파괴력이 위험을 초래하는 게 아니야. 위험은 원래부터 내재해 있지. 진보를 치유할 방법은 없어.”

3. 「올드 조이」와 「초원의 강」

켈리 라이카트의 「올드 조이」와 「초원의 강」을 차례로 보았다. 「올드 조이」를 보며 마크도 커트도 아닌, 그렇지만 어느 정도 마크이면서 동시에 커트이기도 한 나로서, 둘의 침묵과 엇나가는 대화에 켜켜이 쌓이는 미묘한 기류가 심히 불편해서 견디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러다가도 두 사람이 캠핑을 떠나는 장면에서 YLT의 음악이 들려올 때는 몸과 마음의 긴장이 허물어져, 뒷 좌석에 같이 앉은 것마냥 잠시 눈을 감고 싶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난 루시가 반가웠고, 큰 달팽이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퍼펙트 데이즈」에서 히라야마가 니코에게 했던 대사가 생각나기도 했다.4

「초원의 강」은 마침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한다고 하여 미리 예매를 해두었는데, 당일에 너무 피곤해서 취소하고 싶었지만 바보같이 예매 비밀번호를 까먹어서 취소를 못하는 바람에 억지로라도 보고 왔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역시 영화관에서 보길 잘했어!’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마스터마인드」와 묘하게 겹치는 장면이 반가우면서도 인터뷰집을 읽어서 그런지 그녀의 작품 세계를 되짚어가는 느낌도 들었다.

이를테면 이런 장면

4. Creature of Habit

Courtney Barnett의 신보 《Creature of Habit》이 발매되었다(앨범명부터 마음에 든다). 역시나 좋고, 기타 연주가 훌륭하고, 덥수룩한 머리에 반팔을 입은 모습이 힙하다.5

5. 영어공부가 필요해

하나의 시리즈를 정주행할 때 드는 묘한 자괴감이 있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것도 귀찮은 나머지, 핸드폰을 들고 침대에서 몸을 좌우로 번갈아 뒹굴며 몇 시간을 내리 보고 나면 어쩔 때는 낮과 밤이 바뀌어 있기도 하다. 이럴 바엔 영어라도 제대로 공부해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영어 자막을 켜고 보면 귀가 트이지 않고, 자막없이 보면 이야기를 놓치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스크립트를 미리 읽고, 모르는 표현들을 골라 외우는 것이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드라마 스크립트를 구한다. → A1 ~ A2 수준의 표현/단어를 추출해 csv 형태로 저장한다. → Anki(단어 암기 앱)에 넣어 푼다.

비속어가 8할인 건 안 비밀

1주일 정도 지났는데, 내가 지금까지 했던 영어 공부 방법 중에 가장 재미있다. 물론 온갖 욕설과 비난이 난무한 「부통령이 필요해」의 스크립트여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홈페이지 새단장했다. 그냥 자랑하고 싶었음.

  1. Short assignments, after Anne Lamott 

  2. Espadámbar (Audio) - YouTube 

  3. Javiera Electra - La llorona / Espadámbar (Live on KEXP) - YouTube 

  4. 이 세상에는 사실 정말 많은 세계가 있어. 서로 이어져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어져 있지 않은 세계들도 있지.” 

  5. Saturday Sessions: Courtney Barnett performs “One Thing At A Time”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