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위해 예술을 남겨두기
카탈루냐 음악당에서 연주하는 연주자들을 보았을 때,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저기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의 하루는 어떨까?”. 그는 전업 예술가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와 그의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할 직업이 있고, 예술은 그가 퇴근 후나 주말에 하는 다른 활동일 수도.
나는 줄곧 예술가를 생각할 때면 다른 직업인들과 구분을 짓곤 했다. 평범한 직장인과 다른 시간대에 살고, 세상 만사를 제쳐두고 줄곧 추상적이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무언가에 대해 상념하는 사람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는 그 무엇으로도 검증되지 않은 순전한 나의 편견이며, 그것을 반론하기 위한 증거들을 굳이 찾는 수고를 들일 필요도 없다.
켈리 라이카트는 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꾸준히 장편 영화를 제작하는 영화 감독이다. 그는 영화를 제작하는 일 만큼이나 가르치는 일 또한 사랑한다고 줄곧 말한다(어쩌면 또 하나의 직업 활동이야말로 그가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일지도 모르겠다.) 젊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영감과 에너지를 얻고, 다음 작품을 준비할 수 있는 재정적인 발판도 마련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어찌 되었건, 그는 예술 그 자체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구시대적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 얼마든지 직업인과 예술가의 삶을 동시에 살아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사례 중 하나이리라.
장편 영화 하나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정말 안됐어요. 정말 장편 제작에 환멸을 느꼈죠. 결국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어요. 제가 그 일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도 깨달았죠. 제 삶에 뼈대를 세워주고, 지지 기반과 영화에 관해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방법을 제공해주었죠. 가르치는 일은 정말 좋은 일이에요. 영화 제작의 상당 부분은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일인 반면, 가르치는 일은 저를 나 자신으로부터 끌어내거든요.1
라이카트: 매일 잠에서 깨서 제가 흥미를 갖고 있는 무언가를 매일 한다는 게 저를 만족시켜요. 정말 단지 그것 뿐이에요. 저는 저를 새로운 곳에 가보도록 하고, 원래대로라면 알 수 없었을 것들에 대해 알아가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전에는 잘 알지 못했던 화가에 관해 공부하고, 영감을 얻기 위해 독서하거나 조사하고, 원래라면 알지 못했을 문학이나 사진에 흠뻑 빠지는 과정에 들어서는 거죠. 그럼 길을 찾을 수 있어요.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모든 전시물을 보고 말 거야’라고 다짐하는 대신, ‘브뤼헐 작품을 찾아봐야지’라고 하는 거죠. 주어진 임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거예요. 저는 제가 지금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알고 싶어요. 그냥 잠에서 깨서 이메일이나 비즈니스, 인생의 잡다한 일들에 휩쓸린 채 살고 싶지 않아요. 물론 인생에는 좋은 일들도 있죠! 그래도 뭔가를 붙잡고 있는 게 좋아요. 당신도 몰두할 만한 프로젝트를 갖는 게 더 좋지 않은가요?1
세상에, 내 말이요. 저는 가르치는 걸 즐기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게 제 건강보험이기도 하고, 지금 같은 규모의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기반이기도 하거든요. 제 영화에 잘 알려진 배우들이 나오긴 하지만 우리가 어떤 예산으로 작업하는지 사람들이 알면 놀랄 거예요. 그 예산들에 감사하지만, 그래도 저는 여전히 강의가 필요해요. 그리고 강의는 저를 환기해 주기도 하고요. 이를테면, 지금 저는 포틀랜드에 살고 있지만 강의하면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죠. 그런데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20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사람들인지 전혀 알 수 없었을 거예요. 몇몇 친구들의 자녀들 말고는 그 세계와 완전히 단절됐겠죠. 그래서 저는 그 에너지가 좋아요. 그리고 영화를 분해해서 보고, 학생들이 그것을 다시 만들어보려 애쓰는 걸 보는 것도 좋고요. 게다가 학생들은 기술에 익숙하기 때문에 제가 못 고치는 건 뭐든지 고칠 수 있죠.1